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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4
<순례자 230> 정당한 절차가 결과의 정당성을 담보한다는 절차주의가 필요하다

현대 자유민주주의 정치 철학의 대부로 알려진 존 롤스(John Rawls)가 1971년「사회정의론」(A Theory of Justice)을 출간하면서 질서주의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용어는 사회계약론에서 유래한 자유주의 정치철학이나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정신으로 흘러왔음을 알 수 있다. 정치 현상에서 결과주의는 결과를 중요시하지만, 절차주의는 정당한 절차의 확립과 실천을 중요시한다. 절차주의는 정당한 절차가 결과의 정당성을 담보한다고 본다. 절차가 올바르면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결과는 정당한 것이다. 올바른 절차란 어떤 특정한 결과가 산출되도록 설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민주화 열기가 두려웠던 전두환은 정치적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포함한 6.29선언을 했다. 이로써 한국 민주화를 위한 정치 대타협이 이뤄졌다. 그러나 그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투사인 김영삼은 패배하고, 구권위주의 정권의 상징인 노태우가 당선되었다. 이때 대통령 직선제의 선거 절차가 김영삼이나 김대중이 선출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노태우는 선출될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면 권위주의 세력은 민주세력과 대타협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법조인 출신들의 의견이 나왔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 과정 전반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피청구인 대리인 측에서 주장하는 이의를 ‘지연작전’으로 매도하지 말고 정당한 내용인지 충실하게 심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건에 대하여 법리론적 판단을 해야 하는 헌재가 진실을 왜곡보도한 언론과 야당의 자기방어적 공세 그리고 좌파시민 단체들이 합세한 세력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찾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지키기 위한 보수세력 간에 대결화되어 정치적 판단을 요청받고 있는 처지에 놓여 있다. 헌재의 판결이 탄핵의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어떤 결과가 나올 터인데 태극기 민심과 촛불 민심은 극한 대립으로 탄핵심판 이후가 여간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심판이 소송의 청구를 인용할 경우 내란 또는 시가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과, 소송 자체를 기각할 경우 민중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시한폭탄같은 소문들이 세상을 더욱 어지럽히고 있다.

그러나 인용이나 기각을 헌재가 하여 국가와 사회를 양분화시켜 오히려 혼란정국으로 몰고 가기보다는 대통령께서 좀 늦었지만 국가 미래와 국민 분열이 가져오는 국가적 손실을 막기 위해 탄핵 판결이 나기 전에 좀 억울한 점도 있지만 자진하야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그럴 경우 대통령은 역대 정권들의 부정부패를 청산하려는 의도는 수포로 돌아가고, 자발적으로 청산하겠다는 헛소리만 남게 될 것이다. 수십조가 감쪽같이 증발된 바다 이야기, 부산저축은행사건, 10조가 넘는 건보재정의 증발 사건, 엘시티 사건, 기라성같은 대기업이 연루된 스폰서 검사 사건, 유력한 언론인과 정치인이 연루된 故장기연 사건, 자원외교나 방위산업과 관련된 비리 사건들이 전부 덮힌 상태였다. 이런 사건들에 연루된 장본인들을 겁도 없이 박 대통령이 청산하려 했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탄핵소추 사건은 언론의 마녀사냥, 국회의 인민재판으로 대통령을 생매장하여 정치적으로 하야시키겠다는 이들이, 여의치 않자 진상규명을 전제로 한 탄핵소추 카드를 낼 수밖에 없게 되자 절차를 무시하고 목표에 맞는 수사를 계속 해온 것으로 심판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카드는 헌재가 받은 공을 원인제공을 한 국회에 되돌려주는 소송 자체를 각하하면 태극기 민심도 촛불 민심도 받아들일 것이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내쫓으려는 절차적 실수를 국회는 대담하게 인정하고, 위헌적 행동을 한 국회가 마취에서 깨어나 국가와 국민을 위한 자유대한민국의 헌법을 보수하여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세계인이 친구삼고 싶어하는 나라를 다시 건설해야 한다.



이종윤 목사

<한국기독교학술원장ㆍ몽골울란바타르대 명예총장ㆍ서울교회 원로>

출처 : 한국장로신문
※ 본 기사는 해당 언론사와 저작권 협의를 거쳐 제공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