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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엄마에게
어버이 주일
엄마! 잘 지내고 계시죠? 설 연휴때 뵙고 석 달이 넘게 못 찾아뵙고 있어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때문에 요양원 면회가 안 돼서 엄마를 못 보고 있는 이 시간이 저에겐 참 힘든거 같아요.
몇 달 전 옛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찾은 사진 한장에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제가 돌 쯤 되었던 것 같은데 엄마가 어린 절 포대기에 업고서 교회에서 찬양 발표를 하시는 빛바랜 사진이었어요. 그저 습관처럼 엄마가 데리고 가는 교회였고 말씀을 듣는 어린 저였지만, 엄마가 가족을 향해 심은 기도가 얼마나 깊고 넓었는지 제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감사함을 느낍니다. 글자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집안 곳곳에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적어 붙여 놓으셨고, 주일성수 지키기를 학원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강조하셨던 엄마의 가르침을 저도 제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하고 있어요. 가진것이 많음보다 성적이 좋은 것보다 외가 식구 중 두 분이나 목사님이 계시고 예수믿는 가정이 우리 가정임을 더 자랑스러워하셨던 엄마의 빛나는 눈이 그립습니다.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으로 힘들어하는 엄마도…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엄마를 보는 우리가족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나의 힘듦안에 갇혀서 절망하지 않고 하나님께 매달리고 예배 가운데에 회복하게 하신 은혜에 의지한 저에게 믿음을 잘 물려주신 엄마의 사랑에 늘 감사해요.
각자의 입장만 주장하며 살아내는데 바쁜 우리 가족에게 엄마가 아프다는건 슬픈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우리 가족이 온전히 엄마만을 바라보고 엄마에게 집중할 수 있는 단단한 구성원이 되게 하심 또한 하나님께서 주신 시간이었을까요?
기억을 잃어가시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한생명이라도 구원하시고자 70인 전도대 활동을 놓치 않으셨던 엄마 모습이 그립습니다. 가족의 발길이 끊어져 혹시라도 슬퍼 울고 계시진 않을까 염려되지만 엄마가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작은 조각으로 남은 엄마의 기억 가운데 세상 걱정근심 다 내려놓고 그저 하늘의 소망과 감사와 기쁨으로 가득차게 해달라고 기도해 볼께요.
코로나바이러스가 다 지나가고 나면 엄마가 좋아하시는 커피 타 드리러 하진이 하윤이 데리고 얼른 엄마 보러 갈께요. 사랑해요 엄마!!

조상희 집사(12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