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실감 나지 않습니까? 교회 밖에선 교인들이 끊임없이 싸운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교회 개혁이 뭡니까? 교파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지난 17일 서울 대치동 서울교회에서 열린 한국 장로교 지도자 간담회에서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분열로 얼룩진 것에 대한 쓴소리들이 쏟아졌다.
장 칼뱅 탄생 500주년 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이종윤 대표회장은 교회, 즉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형제·자매가 되지 못한 것을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대표회장은 "형제끼리 다투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 마귀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하나님의 자녀들이 하나 되는 것이다. 왜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마귀가 좋아할 다툼을 계속해야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회장은 연합 방안으로 장로교 통합 신학대 창설을 제안했다. 같은 캠퍼스 내에 각 교단이 각기 다른 건물을 가지되 연합 도서관 및 연합 채플실, 공동 식당 등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또 장로교 신학인준위원회를 구성해 인준된 신학교 간 학점을 인정하고 각 교단의 목사고시(또는 강도사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장로교단에선 한국교회 전체에서 장로교 교인들의 비중이 65∼70%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그 중 이번 간담회에 참여한 26개 교단이 90%를 차지하지만 이외에도 200여개의 군소 교단이 있다.
김의환 김성봉 최능력 목사 등 40여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선 장로교단의 분열 원인과 대책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교파 의식을 회개하고 폭넓은 교제와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한 신학자는 동일한 신앙고백인 '장로교단 공동신앙 선언문'을 만들자는 의견을 내놨다.
박경수 장신대 교수는 본질적인 교리와 비본질적인 교리로 구분하면서 "칼뱅은 비본질적인 사소한 문제들, 예를 들면 예배에서의 촛불 사용 문제, 포도주 색깔 문제, 무교병이냐 유교병이냐 문제, 영혼의 중간 상태 문제, 목회자의 흠결 문제 등으로 교회가 분리되는 것을 심각한 죄로 보았다"고 설명했다.
이승구 합동신대원대학교 교수는 "결국 사람이 문제다. 모든 교만이 제거되고 욕심이 제거된 그곳에서만 진정한 연합과 일치의 길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장로교단에선 최근 연합과 일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제주 선교 100주년을 맞아 장로교 4개 교단(합동 통합 기장 합신)이 정기총회 도중 연합 예배를 드린 데 이어 칼뱅 탄생 500주년을 맞은 올해는 더욱 활발한 강단 교류 등으로 연합을 모색하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는 '장로교회통합을위한위원회(위원장 박종순 목사)'를 구성하고 예장합동정통 총회와 9월21일 정기총회 개회 예배와 성찬식을 공동 개최키로 했다. 또 기장과 예장합동 총회와도 각각 강단 교류 예배를 드렸다. 교계에선 교단 통합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전망하면서도 연합 운동 확산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