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능력 아래 있는 교회란 어떤 교회일까요?
주님께서는 부활하신 후에 승천하셔서 사람들 곁을 떠나셨지만, 약속대로 성령 하나님을 보내주셨습니다. 성령에 대한 다른 명칭은 보혜사(保惠師)로 문자적인 의미는 '은혜로 돕는 스승'이라는 뜻인데 그리스어 파라클레토스(παρκλητο)를 번역한 단어입니다. 파라클레토스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베풀도록 곁에 부름받은 자'를 뜻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몸은 비록 승천하셔서 하나님 우편에 계시지만, 영으로는 성령님을 통해서 우리를 도우시고 또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우리를 돕는 그 성령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영이라고 성경은 증거하고 있습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 계시고, 그 성령께서 우리로 하여금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갖게 하셨습니다. 그러하기에 하나님께서는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사람을 사용하셔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오셨습니다. 제자들은 오순절 성령 세례를 경험한 이후에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이해하고 믿게 되었으며 하늘과 땅의 권세를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성령의 능력을 경험한 제자들이 어떻게 변하였는지는 사도행전에 기록된 내용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성장하고 강해져 간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그분을 경배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증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성령의 역사를 경험하게 된 이후에 비로소 세상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었습니다.
교회가 본질에 충실할 때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 곧 흩어질 때였습니다. 그리고 교회가 흩어짐으로써 본질적인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령의 능력 아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흩어진다는 것은 교회에서 갈라져 나가고 뛰쳐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님 나라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설명할 수 있는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교회를 염두에 두면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성령에 대하여 또 교회에 대하여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53문 : 성령에 관하여 무엇을 믿습니까?
답:첫째, 성령은 성부와 성자와 함께 참되고 영원한 하나님이십니다. 둘째, 그분은 또한 나에게도 주어져서 나로 하여금 참된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그의 모든 은덕에 참여하게 하며 나를 위로하고 영원히 나와 함께하십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삼위일체 신앙입니다. 삼위일체 신앙은 그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가 참된 하나님이시고 참된 사람이시라는 고백이 있습니다. 고대 교회의 신앙고백을 살펴보면 기독론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기에, 상대적으로 성령에 대한 신앙고백은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성령은 그리스도의 영이고, 삼위로 일체되신 하나님의 세 위격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약 성경에는 하나님의 영으로, 신약 성경에는 그리스도의 영으로 표현된 성령 하나님에 대해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성령은 성부와 성자와 함께 참되고 영원한 하나님이시라"고 요약함으로써 성령의 신성과 인격성을 강조합니다.
성령에 대한 믿음을 설명하는 두 번째 부분은 성령의 역할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참된 믿음을 갖게 하시는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말씀하신 것처럼 성령이 아니고서는 그리스도를 주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성령은 참된 믿음을 갖게 하시는 분입니다. 둘째는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은덕에 참여하게 하시는데,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갈 때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맺는 풍성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셋째는 우리를 위로하시는데, 우리가 슬픔 가운데 그리고 고통 가운데 있을 때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해서 간구하시며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십니다. 넷째는 우리와 영원히 함께하시는 사역인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 성자 하나님께서 승천하실 때 제자들에게 약속하신 말씀을 이루어 가시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믿음의 내용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성령에 대한 오해를 하게 됩니다. 많은 오해들 가운데 하나는 성령을 비인격적인 신적 능력(divine power)으로 이해하는 것인데, 이러한 오해는 기독론적인 오류와 연결이 됩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이단적 이론은 양자설(Adoptionism)로 하나님께서 인간 예수에게 신적인 능력을 충만하게 채우시고 그를 하나님의 아들로 입양하셔서 양자로 삼으셨다는 주장입니다. 성령을 하나님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과 동일시하는 또 다른 예는 성령을 동양 사상의 기(氣)로 설명하려는 시도입니다. 성령을 기로 설명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성령을 인격적인 존재로 여기지 않는 동시에, 그 기를 간직한 사람을 신적인 존재, 곧 하나님으로 인정하게 되는 오류를 만들어 낸다는 점입니다.
54문 : "거룩한 보편적 교회"에 관하여 당신은 무엇을 믿습니까?
답:나는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의 처음부터 마지막 날까지 모든 인류 가운데서 영생을 위하여 선택하신 교회를 참된 믿음으로 하나가 되도록 그의 말씀과 성령으로 자신을 위하여 불러 모으고 보호하고 보존하심을 믿습니다. 나도 지금 이 교회의 살아 있는 지체이며 영원히 그러할 것을 믿습니다.
"거룩한 보편적 교회에 관하여 당신은 무엇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삼위로 일체되신 하나님뿐만 아니라 교회도 믿음의 대상인가?하는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질문을 다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질문을 다른 각도에서 길게 진술해 보겠습니다. "하나님께서 교회에 대해서 믿고 있는 바가 무엇이라고 당신은 믿고 있습니까?" 우리가 교회를 믿는다는 것과 하나님께서 교회를 믿는다는 것을 연결시키고, 하나님께서 교회에 대해서 기대하고 믿으시는 내용을 우리가 교회에 대해서 기대하고 믿는 내용과 연결시켜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 것처럼, 하나님도 우리를 믿고 계십니다. 우리 개개인을 믿을 뿐만 아니라, 우리 공동체 곧 교회에 대해서도 믿음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 믿음이란 약속을 지킬 것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우리 개인과 공동체의 역할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에 대해서 무엇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은 "교회 공동체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믿고 있습니까?"하는 질문과 같습니다. 53문에서 성령에 대한 믿음의 내용을 성령의 본질과 역할로 나누어 설명한 것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