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문 : 그런데 그리스도의 신성이 있는 곳마다 인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스도의 두 본성이 서로 나뉜다는 것입니까?
답: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신성은 아무 곳에도 갇히지 않고 어디나 계십니다. 그러므로 신성은 그가 취하신 인성을 초월함이 분명하며, 그러나 동시에 인성 안에 거하고 인격적으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47번 문답으로 인해서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예상하고 48번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47문답에서 인성으로는 더 이상 세상에 계시지 않으나 신성과 위엄과 은혜와 성령으로는 잠시도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표현은 인성과 신성을 분리시켜 놓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전통, 곧 칼케돈 신앙 규정에서 말하는 신성과 인성의 연합과는 반대되는 내용이기에 48번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47번에서 인성과 신성을 구분하기 보다는 몸과 영으로 표현했더라면 어떠했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리스도의 영 곧 성령을 보내셔서 우리와 영원토록 함께 하신다고 약속하신 것을 기억한다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영으로 우리와 함께 하신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분 그리스도 안에 인성과 신성이 있다는 말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인격체의 몸 안에 곧 신성과 인성이 연합하여 분리되지 않고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그리스도의 인성은 하늘에, 신성은 이 땅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것도 그 분의 몸 안에 있는 신성은 죽음에게 굴복하실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47번 답을 다음과 같이 수정해 보면 어떨까요? “그리스도는 참인간이고 참하나님이십니다. 그의 몸으로는 더 이상 세상에 계시지 않으나, 그분의 마음과 영 곧 성령으로는 잠시도 우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49문 : 그리스도께서 하늘에 오르심은 우리에게 어떤 유익을 줍니까?
답:첫째, 그리스도는 우리의 대언자로서 하늘에서 우리를 위해 그의 아버지 앞에서 간구하십니다. 둘째, 우리의 몸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있으며, 이것은 머리 되신 그리스도께서 그의 지체인 우리를 그에게로 이끌어 올리실 것에 대한 확실한 보증입니다. 셋째, 그리스도는 그 보증으로 그의 성령을 우리에게 보내시며, 우리는 성령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신 위의 것을 구하고 땅의 것을 구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하늘에 오르셨다는 말은 ‘우리를 떠나 어딘지 모를 곳으로, 자신이 가시는 곳의 구체적인 지리적 위치를 알리지 않고 떠나셨기에, 어디 계신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이 세상에는 계시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하늘에 오르셨다는 말은 하나님 아버지 곁으로 가셨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요한복음 16장 7절 말씀을 통해서 확인한 것처럼 보혜사 성령 하나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시겠다는 약속을 지키셨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같이 예수님이 하늘에 오르신 것이 어떤 의미인지 또 어떤 목적인지를 생각하면 우리에게 어떤 유익이 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세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는 예수님이 하나님 아버지 곁에서 ‘무엇을’ 하실까를 생각할 때 답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의 대언자로서 우리를 위해서 아버지께 ‘간구하신다’고 설명합니다. 둘째는 예수님이 ‘어디로’ 가셨을까를 생각할 때 답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 곁으로’ 갈 것에 대한 확증이라고 설명합니다. 세 번째는 예수님께서 ‘약속 하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답할 수 있는 것으로,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보혜사 성령 하나님을 보내주시겠다’는 말씀에 대해 설명합니다. 예수님께서 분명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셨고, 또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있으리라”고 약속하셨습니다. 또 하늘로 올라가신지 오래지 않아 보혜사 성령 하나님을 보내주시겠다고 하신 그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이 바로 예수님께서 약속을 지키신 증거입니다.
50문: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며”라는 말이 왜 덧붙여졌습니까?
답:그리스도는 거기에서 자신을 그의 교회의 머리로 나타내기 위해서 하늘에 오르셨으며 성부께서는 그를 통하여 만물을 다스리십니다
예수님께서 하늘에 오르셨다는 말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하나님 곁으로 가셨다는 것을 언급했고, 예수님께서 하나님 곁에 계신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이 무엇인지 49문에서 설명했습니다. 50문에서는 예수님께서 하나님 곁에 계실 때 어떠한 모습으로 계시는지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곁에 계실 때, 서 계신 것이 아니라 “우편에 앉아 계신다”고 함으로써 승천 이후에 예수님의 사역에 대해서 살펴보게 합니다.
우편에 앉아 계신다는 의미는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세에 예수 그리스도를 그린 다양한 성화를 보면 도움이 됩니다. 회화의 주제는 ‘Christ in Majesty’ 또는 ‘Jesus Christ on the Throne’입니다. 화려하게 장식된 의자, 곧 왕이 다스리는 옥좌 또는 대관식때 사용하는 것과 같은 왕좌에 앉아서 권위를 상징하는 왕관을 쓰고, 성경 등을 들고 있는 통치자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고 함으로써 예수님 홀로 만물을 다스리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통치하시되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만물을 다스리심을 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