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뿐만 아니라 타종교에서 신앙생활하는 종교인들은 그 종교에서 진리라고 말하는 어떤 내용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심지어 무신론자들도 엄밀한 의미에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믿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는 증명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모든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믿고 살아갑니다. 모든 사람이 무언가를 믿고 살아간다면, 과연 참된 믿음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참된 믿음”은 신앙의 정의, 대상, 그리고 내용에 대한 분명한 이해에서 출발합니다. 성경이 믿음/신앙의 정의, 대상, 내용에 대하여 우리에게 어떻게 가르쳐 주고 있는지 확인함으로써 올바른 참된 믿음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습니다. ‘믿음 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히브리서 11장의 말씀을 통해서 이러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히브리서 11장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믿음이라면, 그 다음으로 많이 나타나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약속’입니다. 믿음을 약속이라는 관점에서 정의함으로써, 우리 신앙의 대상이신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20문에서 22문까지는 참된 믿음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19문에서 “거룩한 복음”을 언급함으로써 참된 믿음과 거룩한 복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참된 믿음의 내용은 거룩한 복음이고, 거룩한 복음의 내용은 사도신경에 설명되어 있기에, 사도신경을 알고 믿는 것이 참된 믿음을 갖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이단들은 사도신경의 가치를 깍아내리면서 사도들이 만든 신경도 아니고, 그 안에 포함된 내용도 성경과는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사도신경은 100년 경 로마교회의 세례문답형식에서 발전한 것으로 사도들의 신앙을 담고 있는 그리스도교의 중요한 전통입니다. 사도신경으로 우리의 신앙을 고백한다는 것은 2000년 교회사에서 변함없이 지속되어온 복음과 복음의 연속성을 생각하면서 교회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신앙고백문을 사용함으로써 복음이 변함없이 지속되어 왔다는 것을 고백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사도신경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기 전단계로 참된 믿음이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20문:그러면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멸망한 것처럼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습니까?
답:아닙니다. 참된 믿음으로 그리스도에게 연합되어 그의 모든 은덕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만 구원을 받습니다.
20문에서 주목할 단어는 “모든 사람”과 “그리스도” 그리고 “구원”입니다. 먼저 “모든 사람”을 살펴보면, 처음에 나오는 “모든 사람”과 두 번째 나오는 “모든 사람”은 같은 대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멸망한 것은 죄의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통해서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는다는 것은 가능성일 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심과 “모든 사람”의 구원 사이에는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처음에 나오는 “모든 사람”은 죄의 결과에 따른 “필연성”으로서 죄 가운데 놓인 모든 인류를 가리킨다면, 두 번째 나오는 “모든 사람”은 “가능성”으로서 모든 인류를 가리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필연성)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가능성)이 구원받기를 원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창조하신 모든 사람들이 구원받기를 원하시지만,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구원받기를 원하시는 하나님께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구원받을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죄 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기를 거부하기에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 아담으로 인해서 모든 사람(필연성)이 타락한 것이라면,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서 모든 사람(필연성)이 구원받아야 논리적으로 맞는 것 아닌가요? 그럴듯해 보이지만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아담의 타락, 곧 아담이 행한 구체적인 죄가 무엇이었느냐를 짚어보아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과의 약속, 곧 언약을 어긴 것입니다. 하나님과 인류 사이에 깨진 약속으로 인하여 인간이 타락했기 때문에, 다시 새로운 약속을 통해서 인류가 구원받도록 하신 것입니다. 그 약속이 바로 복음입니다.
두 번째로 살펴볼 단어는 “그리스도”인데, 사도신경의 내용 가운데 성자 하나님에 대한 문답인 29-52문에서 자세히 다루게 될 것입니다. 다만 이번 강의에서 그리스도에 관련하여 언급할 것은 그리스도께서 바로 하나님께서 새롭게 제시하신 약속 곧 복음이라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서 마가복음 1장 1절은 다음과 같이 선포합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예수 그리스도가 복음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주신 약속이 복음입니다. 복음을 믿는 사람만이 구원을 얻을 수 있도록 하신 것이 새롭게 주어진 약속입니다. 마치 장대에 달려 높이 올려진 놋뱀을 보는 사람들은 죽음의 질병에서 놓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세 번째로 살펴볼 단어는 구원입니다. 구원이라는 단어는 일상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단어이지만, 오해가 많은 단어이기도 합니다. 일상의 언어가 그리스도교의 신학적 용어와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도교 신앙이 없는 사람들도 일상에서도 구원을 경험할까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더 복잡한 질문을 해 볼까요? 타 종교에도 ‘구원’이 있을까요? 구원이 있다 또는 없다고 말하기 전에, 여기서 말하는 구원이 무엇인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구원의 사전적 정의는 일반적으로 어떤 위험한 상황에서 구출되거나 속박에서 해방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그리스도교에서는 특히 신약성경에서 구원은 ‘소테리아(soteria)’로 주로 죄, 죽음 그리고 사탄의 권세로부터 믿는 이들을 구해 내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사역과 관련되어 쓰였습니다. 하용조 편, 『비전성경사전』, (서울: 두란노출판사, 2011).
이런 의미에서 보면 타종교에는 구원이 없습니다.
그러나, 고등종교라고 불리는 종교들은 경전이 있고, 사원과 사제들이 있으며, 경전에 바탕을 둔 그들 나름대로의 구원체계가 있습니다. 타 종교에 구원이 있다 없다를 제대로 이야기 하려면, 각각의 종교에서 말하는 구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구원은 무엇인지 확인하면서, 타종교와 그리스도를 비교할 때 그리스도교의 구원이 갖는 특징이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살펴 보아야 합니다. 말하자면,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구원과 타종교에서 말하는 구원은 다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해야 합니다. 타종교에 구원의 개념이 없는 것은 아닌데, 왜 그리스도교에서는 타 종교에 구원이 없다고 말하는가?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구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20문은 분명하게 가르쳐 줍니다. 20문은 구원의 조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3가지로 말합니다. “참된 믿음으로, 그리스도에게 연합되어, 그의 모든 은덕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구원의 전제조건을 세 가지로 요약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참된 믿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