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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2023년 11월 6일 월요일, 저희 부부가 부모가 되었습니다.
 수술실로 아내를 들여보내고 난 후 10분도 채 되지 않아 10개월을 기도하며 기다렸던 아이를 직접 마주하고 안았을 때, 생각보다 대단한 감동보다는 어안이 벙벙했던 것과 함께 어색함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강아지 한 마리 한 번 길러보지 않았던 제 손에 웬 생명체 하나가 안기어 숨을 쉬고 있는데 그 어색한 현실이 저로 하여금 하나님께 이 아들을 잘 양육할 수 있는 은혜를 구하게끔 했습니다.
 그렇게 부모로서의 삶이 시작된 때로부터 190일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아들은 동네 산책 시 지나다니시는 어른들로부터 돌 지났냐는 소릴 들을 정도로 건강하게 잘 커오고 있고 저는 비록 얼마 되지 않은 부모의 삶이지만 아들을 키우면서 39년 전 이맘 때의 저를 챙기셨던 부모님의 삶을 상상하고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감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젖병을 물며 제 손가락을 꼭 쥐고, 품 안에 안겨 웃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피조물 된 우리가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여 안기는 모습을 얼마나 좋아하실지 하나님의 마음까지도 감히 상상해 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언젠가 어머니께서 제게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당연히 뭐 그렇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이보다 더 특별한 경험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존재를 완전히 책임지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하고 있고, 정말 깊이 서로 하나 되는 법을 배우는 요즘입니다.
 요즘 세상은 결혼과 육아가 당신의 삶을 뒤틀어 삶을 잃어버리게 한다고 겁을 주지만 직접 경험해 본 결혼과 육아는 삶의 상실이 아닌 제 삶의 불완전함을 완벽히 완전하게 해준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한 살도 되지 않은 부모라 39년 부모님의 삶을 온전히 다 이해해 보려는 건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앞서가신 부모님의 길을 저도 따라 걸어가며 그렇게 조금씩 괜찮은 부모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 길을 먼저 걸어가셨던 아버지, 어머니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임종현 안수집사(7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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