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 연합기관의 분열
교회역사 강의 - 한국교회사 50장면(49)
한국기독교의 역사는 연대와 연합의 역사이기도 하다. 내한 선교사들은 처음부터 한국의 교파의 구분이 없는 하나의 교회를 세우겠다는 의지를 가진바 있었고 다양한 선교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여러 연합기관을 설립하였다. 많은 학교와 병원이 교파 연합으로 운영되었고 특정 사업을 위한 조직도 무수했다. 1890년 문서선교를 위해 설립된 조선성교서회(현 대한기독교서회)와 1895년 성서번역과 출간을 위해 설립된 영국성서공회 한국지부(현 대한성서공회), 그리고 신앙교육을 위해 1922년 설립된 조선주일학교연합회(현 대한기독교교육협회)가 대표적인 기관들이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사업들을 조율하고 함께 운영해 나가기 위한 연합기관도 있었다. 가장 먼저 조직된 것은 1905년 장로회 4개 선교부, 감리회 2개 선교부의 협의체로 출범한 한국 개신교 복음주의선교회연합공의회(The General Council of Protestant Evangelical Mission in Korea)였다. 그리고 1918년 2월에는 선교사뿐만 아니라 한국인 교인도 참여하는 연합기관인 조선야소교장감연합공의회(朝鮮耶蘇敎長監聯合公議會, Korean Church Federal Council)가 설립되었다. 이 두 단체는 1924년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朝鮮예수敎聯合公議會, Korean National Christian Council)로 통합되었는데, 현재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뿌리가 된다.
이후 1989년까지 NCCK는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협력에 관한 사항 및 대정부 교섭, 사회적 활동 등을 총괄하여 논의하고 조율하는 유일한 연합기관이었다. 아쉬운 점은 해방 이후 한국교회의 재건과 분열 과정에서 많은 교단들이 NCCK(당시 한국기독교연합회)에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아 일부 교단들의 연합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NCCK는 국내외에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인식되었고 정부 및 시민사회, 세계 교회를 비롯한 국제 사회와의 소통창구 역할을 감당하였다.
그런데 NCCK는 197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 민주화·인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타종교들과의 대화와 협력에도 나서면서 한국교회 내의 진보적 입장만 대변한다는 이미지를 얻기 시작했다. 그러다 1988년 NCCK가 발표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은 교계의 큰 논란을 야기했다. 한국교회가 ‘반공주의를 우상화하고 북한 정권을 적개시한 나머지 북한 동포들까지 저주하고 그들의 고통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이 죄’라고 고백했기 때문이었다. 이 선언은 사회적으로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민간 부분에서 제출한 본격적인 통일선언으로 획기적인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높이 평가 받았지만 보수적인 기독교계 내의 반응은 매우 좋지 않았다. 반공을 죄라고 말하는 NCCK가 더 이상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었다.
이런 여론은 198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창립으로 이어졌다. 한기총은 그동안 NCCK가 지나치게 사회적 정치적 활동에 개입해 왔다고 비판하면서 복음 중심성을 지향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교계의 모든 교파와 단체들이 참여하여 교계의 분열을 극복하는 통합 기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한기총은 교계의 보수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03년 이후 광장에서 대형 집회를 연이어 개최하며 보수 정치세력으로 변모하자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2011년 대표회장을 둘러싼 금권선거 논란으로 대형교단들이 회원 탈퇴한 것이 결정타였다.
회원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들자 한기총은 기독교 연합기관으로서의 대표성과 명분을 상실하였다. 이후 한기총은 대형교단 이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단 시비가 있는 단체들을 영입하는가 하면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무리하게 정관을 개정하는 등 파행적 운영을 보였다. 그리고 교회와 사회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계속 부패해갔다. 그 결과 2020년부터는 아예 법원이 선임한 변호사가 대표회장 직무대행을 맡아왔으며 작년에야 겨우 자체적으로 대표회장을 선출했다.
한기총의 분쟁으로 탈퇴한 교단과 단체들은 2012년 3월 3일 새로운 보수 연합기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발족하였다. 그러나 한교연은 한기총을 대체하는 기관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창립과 동시에 부정선거 논란이 벌어지며 새로운 단체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교단 간 다툼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2014년 대표회장에 출마한 모 인사가 업무상 횡령혐의로 재판 중임에도 선거를 강행하여 당선된 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는 등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 연이어 발생했다. 실망한 많은 교단과 단체들이 빠져나가면서 한교연은 연합기관으로서의 힘을 잃었다.
결국 2017년 8월 한교연과 한기총의 재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또 하나의 연합기구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이 창립되었고 이것이 같은 해 12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으로 이름을 변경하면서 교계의 대부분을 아우르는 큰 규모의 연합기관이 되었다. 한교총은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을 목적으로 내세웠으나 한기총의 이단 회원 문제, 한기총·한교연과 전광훈 목사의 친밀한 관계, 통합 후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가에 대한 다툼 등은 통합 논의를 번번이 좌절시켰다. 그 결과 한국교회의 보수 연합기관이 셋으로 쪼개지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에도 한교총과 한기총은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교연은 일단 통합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한교총은 한기총의 이단 문제가 통합의 유일한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한기총에 여전히 이단 또는 이단성을 보이는 회원이 있다는 뜻이다. 한기총은 이 문제를 상당히 해소했다고 주장하지만 양측의 입장이 달라 실제 통합에 이르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실제에 있어서 이미 한기총은 이단성 있는 교단 단체들과의 밀착 등으로, 한교연은 대부분 주도 교단들의 한교총으로의 이동 등으로 유명무실해진 상태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마 한동안은 NCCK까지 포함하여 4개의 연합기관이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연합기구로서의 역할은 보수를 대변하는 한국 교회 총연합과 진보를 대변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대표적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