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개발(왼쪽)과 제3한강교 건설
1982년 2월 17일 ?동아일보?에 “서울 강남구는 교회구, 강북교회 너도나도 건너와 신축”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1970년 강남 개발이 시작되면서 교회 건축 붐이 일어 대형교회가 속속 생기고 있다는 내용이다. 1978년 강남구청이 생길 때 이미 42개소의 예배당이 건축되어 있었고 1981년 한 해만 백여 곳이 늘어났는데 강남구 전체를 합치면 2백 개가 넘는 교회가 강남구에 몰려있었다. 기사는 말미에 강남으로 대형교회가 이주해 오는 이유로 ① 신축할 수 있는 대지가 많아 구입이 쉽고, ② 강북보다 건축허가를 내기 쉽고, ③ 고급아파트와 주택가가 많아 교인 확보가 쉽다는 점을 꼽았다. 기사가 나온 1982년 당시 백억 원의 건축비로 교회 신축이 진행 중이었다고 하여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같은 해 7월 16일에는 ?경향신문?이 아세아연합신학대학의 전호진 박사가 수행한 강남구 교회 성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기사화했다. “서울 강남구에 대형교회 난립, 부작용도 많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강남구에 297개의 교회가 몰려 있는데 1981년 교회 성장률은 평균 56.7%, 헌금 증액률은 15%라고 소개하였다. 하지만 과다경쟁과 막무가내식의 개척으로 몇 년 만에 문을 닫는 교회가 비교적 많고 교인수가 4-5명인 교회도 눈에 띈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은 대형교회가 난립하면서 교회가 부유층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호진 박사는 강남지역의 교회가 외형 성장에서 벗어나 내적 성장을 이룩해 종교의 기능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남의 개발은 1969년 제3한강교(현 한남대교)의 건설과 1970년 제3한강교 남단에서 양재동을 지나는 경부고속도로의 완공으로 본격화되었다. 1970년 11월 서울시는 남서울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여기에는 강남에 60만 명을 수용하는 신시가지를 건설하고, 국영기업과 정부기관을 이전해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이상적인 도시를 조성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리고 1975년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 영동대교,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철 2?호선, 6차선 도로 등의 건설, 그리고 대법원과 이른바 명문고등학교 이전이 추진되었다. 그 결과 1970년 136만 명 가량이었던 한강 이남의 인구는 1985년 440만 명을 넘어 전체 서울 인구의 45%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강남은 1973년 개발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각종 세금 면제, 건축자금의 저리 융자 확대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되었고 명문고등학교들이 차례로 이전하면서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교육 환경이 조성되었다. 당연히 일정 수준의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높은 중산층 이상의 인구가 급속히 강남으로 몰려들었다. 대형교회의 강남 이전도 이런 사회적 조건에 따른 것이었다. 많은 교회들이 강남지역의 인구 증가의 혜택을 자연스럽게 받았다. 그리고 1980년대 들어서는 미국의 로버트 슐러(Robert Harold Schuller) 목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긍정적(적극적) 사고방식, 번영신학 등 중산층의 가치체계에 적합한 설교와 교회운영이 이루어지면서 더욱 성장하였다.
그러나 대형교회의 강남 이전과 성장은 언론의 곱지 못한 시선을 받았다. 경쟁하듯 건축된 대형교회는 언론의 비판 대상이 되었다. 심지어 그런 돈이 있으면 가난한 이들을 돕거나 힘들어하는 미자립교회를 도울 것이지 자기 교회만을 위한 이기심으로 거대한 건물을 짓는다는 오해와 편견에 입각한 이야기도 나왔다. ?동아일보?에 글을 기고한 한 시민은 “종교가 이기주의와 영합할 때 그보다 추한 것은 없다고 생각된다”며 글을 마쳤는데, 그의 비판이 옳은가는 미뤄두고 생각하더라도 당시 교회에 대한 일부 시민사회와 언론의 여론이 좋지 않았음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강남교회의 성장은 곧 한국교회의 중산층화로 보였다. 이런 교회의 중산층화는 사회학 분야에서 연구의 대상이 될 정도로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1994년의 연구에 따르면 세계 50대 교회 중 23개의 교회가 한국, 그 중 13개가 서울, 그리고 그 중 6개가 강남구와 서초구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현대적인 교회 건물, 넓은 주차장을 가득 메운 자가용, 교향악단 수준의 찬양대, 목회자의 지적인 설교로 나타났다. 말하자면 교회가 문화적·지적 ‘수준’을 중시한다는 이야기였다. 한국교회가 전형적인 중산층 교회라는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2014년에는 감리회의 기관지인 ?기독교세계?가 감리교인을 대상으로 설문을 시행하여 결과를 발표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감리교회는 수도권에 몰려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교회”였다.
강남지역의 교회들은 이후 신도시가 형성되는 지역의 교회개척과 선교의 모델로 적용되어 한국교회 전체 성장에 기여한 바가 매우 크고 모든 면에서 도시 중산층들을 품는 새로운 문화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교회의 중산층화라는 말은 교회에 품격이 생겼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교회에 품격은 꼭 필요한 미덕이다. 그러나 지나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교회가 더 이상 가난하지 않다”는 이 지적은 교회가 중산층의 사교모임이 되면 가난한 이들을 쫒아내진 않지만 가난한 이들이 감히 들어갈 수 없는 공동체, 웰빙과 소비주의를 추구하는 안일한 공동체가 된다는 우려를 포함한다.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돕기는 하지만 함께 살기는 꺼리고, 가난하기 때문에 교회 출석하기가 눈치 보이는 신자가 생긴다면 그것은 매우 심각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나사렛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고 그 삶을 실천하는 복음의 원형을 지키고 교회가 만민이 기도하는 아버지의 집으로 인식되고 모든 믿는 자들의 진정한 공동체일 때 가장 선교적이며 가장 본질적이며 가장 강력할 수 있다. 때문에 여러 면에서 우리 사회의 특혜를 누리는 지역의 교회는 그 특혜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해 결심하고 실천해야 함을 선교적 소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