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 내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부르짖으매 나를 고치셨나이다. 여호와여 주께서 내 영혼을 스올에서 끌어내어 나를 살리사 무덤으로 내려가지 아니하게 하셨나이다" (시 30:2-3)
지난 겨울을 서울에서 보내며 내 사랑 서울교회에서 꿈에도 그리던 성도들과 회포를 풀면서 교회의 부흥을 위해, 또 새롭게 오실 목사님을 위해 온 교인과 함께 기도하는 은혜의 시간을 가진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고 돌아온 후로도 새로 오실 목사님을 위해 쉬임 없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서울서 돌아온 지 20일쯤 지난 3월 24일 고난주일 저녁 갑자기 제 오른쪽 코에서 코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잠시 후 코에서 또 피가 치솟아 조금 겁이 나서 아내를 불렀습니다. 급하게 뛰어온 아내가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당황하며 휴지로 코를 막고 피가 멈추기를 바라며 함께 기도했습니다.
피가 멎은 것 같아 조심스럽게 하루를 보냈지만 화요일 새벽부터 증상이 더 심해져 그날 아침 일찍 집 근처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괜찮겠지 하는 안도감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쉬었습니다. 그런데 괜찮다 싶더니 점심을 먹고 나서 잠시 쉬는데 코에서 다시 피가 나 오전에 치료받았던 이비인후과로 달려갔습니다. 다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한 때가 오후 2시경으로 의사는 코와 입을 관찰하고 치료한 후 이상이 없으니, 집에 가서 안정을 취하라는 말만 하였습니다.
두 번의 치료로 증상의 호전이 조금 있는 듯 싶었으나 다시 코피 양이 많아지고 횟수가 잦아져서 며느리와 아내의 권유로 차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도착해 보니 응급실에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대기자들이 많아 줄을 서 있는데 갑자기 코피가 나기 시작하니 직원들도 놀라고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피하면서 의자를 내어주어 앉았습니다.
며느리가 접수를 마치고 의사가 와서 보더니 이비인후과 처치가 잘 되었고 증상도 호전되는듯하니 응급실에서 퇴원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코피가 치솟기 시작하니 의사가 심각성을 느끼고 다른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출혈의 부위가 너무 뒷쪽이라 거즈가 닿지를 않아 먼저 처치되어 있던 거즈를 빼고 카테터를 넣어 끝쪽 풍선을 부풀려 출혈 부위를 고정하는 처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신경 치료방사선과가 있는 병원을 찾기 위해 28시간을 응급실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신경치료방사선과는 아주 특별한 분야로 혈관을 타고 두 경부 쪽을 치료하는 분야이기에 의사를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였습니다. 응급실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에도 여러 의료진들이 출혈 부위만 찾으면 괜찮으시다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사회복지사분이 20여 군데 병원을 연락한지 하루 반 만에 저는 하나님의 은혜로 외상센터가 있는 롱비치 메모리얼병원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목요일 밤 11시에 옮겨져 저는 첫 케이스로 다음날 아침 9시에 응급으로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수술에는 이비인후과, 신경치료방사선과, 마취과 등의 의료진이 함께 하였습니다. 코피는 코의 안쪽 아주 깊은 곳의 혈관이 터져서 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3시간 반 동안의 수술과 2시간의 회복으로 거의 1주일 동안 지속되었던 증상에서 드디어 치료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보잘 것 없는 저를 위해서도 시간 시간마다 앞서서 준비하고 계셨고 인도하셨습니다.
고난주간 의도 치 않은 질병으로 병원을 다니고 치료를 하며 다시 한번 우리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고 늘 우리 곁에 계셔서 도와주시고 보호해 주시는 주님을 또 한번 체험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 영광과 찬양을 돌리며 서울교회에서 받은 사랑의 빚을 늘 기도로 갚겠습니다.
조정식 은퇴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