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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와 성령
성령강림주일
복음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으신 분으로 소개합니다. 예수는 성령으로 잉태되셨고(마 1:18-23; 사 7:14; 눅 1:35),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실 때 그에게 성령이 임하셨습니다(마 3:16; 막1:10; 눅 3:22; 요 1:32). "예수"가 세례를 받고 나자 하늘에서 "하나님"의 "성령"이 그에게 임하셨고 하늘에서 예수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아들"이라고 말했다는 마태복음 3:16-77의 기록은 성부, 성자, 성령이 동시에 언급되어 있으므로 후대의 교회가 삼위일체 교리로 요약한 성경의 가르침이 암시된 말씀으로 보입니다.

예수에게 하나님의 성령이 비둘기처럼 임하셨다는 표현은 아마도 창세기 1:2에서 창조 이전에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를 운행하시고, 노아의 홍수 뒤에 비둘기가 새로운 창조를 알렸던 것(창 8:11)과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창조와 심판 뒤에 하나님이 이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시며, 그 새 창조의 중심에 예수가 서 있고 그가 이제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사역을 시작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성령은 그를 광야로 인도하시며(막 1:12; 마 4:1; 눅 4:1) 그곳에서 그는 악한 세력의 대표자인 사탄과 대결하여 승리합니다. 예수는 악한 영에 사로잡힌 자를 그 속박에서 풀어주고, 병자를 고치며, 신체가 온전하지 못한 사람들을 회복시키는데, 마태는 12:17-21에서 이런 그의 사역을 이사야 42:1-3을 성취하는 것으로 봅니다. 그 구절에서 핵심은 "내가 내 영을 그에게 줄 터이니"(마 12:18)라는 구절입니다. 누가복음 4:16-21에서도 역시 예수는 그의 사역과 이사야 61:1-2을 연결하며 그 연결의 핵심은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라는 구절입니다.

예수를 반대하는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은 예수가 바알세불에 사로잡힌 자이고 악한 영의 힘으로 악한 영을 쫓아낸다고 공격하지만(마 12:24; 막 3:20-30; 눅 6:43-45; 11:14-23; 12:10) 예수는 "내가 하나님의 성령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마 12:28)고 대답하여 그가 행하는 모든 이적이 성령의 능력으로 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곳에서도 "나"(예수), "하나님," "성령"이 동시에 언급되고 있으며 이것은 예수의 자의식 속에서 자신과 하나님과 성령이 일치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초대교회는 역시 "하나님이 나사렛 예수에게 성령과 능력을 기름 붓듯 하셨다"(행 10:38)고 말하여 삼위일체적 인식을 보여줍니다. 누가복음 11:13에서 예수는 우리가 구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는 성령을 보내주시는 분이기도 합니다. 누가복음 24:49에서 예수는 "내가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너희에게 보내리니"라고 말하십니다. 예수가 성령을 보내주셔서 제자들에게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그들이 "권능(power)을" 받게 됩니다(행 1:8). 예수는 "약속하신 성령을 아버지께 받아서" 그의 제자들에게 성령을 "부어 주십니다"(행 2:33).

누가는 초대교회의 팽창과 복음의 전파가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에디오피아 내시를 빌립이 만나게 하신 것도 성령이고(행 8:29), 고넬료와 그 가족들에게 베드로가 설교할 때 오순절 사건 때처럼 성령이 그 모두에게 임했고(행 10:44-45), 안디옥교회가 바나바와 바울을 선교사로 파송한 것도 사실은 성령이 "내가 불러 시키는 일을 위하여 바나바와 사울을 따로 세우라"(행 13:2)고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사도행전 15장의 예루살렘 공의회는 이방 기독교인들에 관한 그들의 결정이 "성령과 우리"가 함께 내린 결정으로 인식했습니다(행 15:28). 사도행전 8:9-13에 나오는 시몬과 사마리아인들은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뒤에 성령을 받음으로 온전한 믿음을 갖게 되었고, 19:1-7에서 나오는 바 세례요한의 세례밖에 몰랐던 열 두 제자들도 성령을 받음으로 온전한 믿음을 갖게 됩니다.

요한복음에서 성령에 대한 언급은 공관복음과 상당부분 겹치면서도 요한의 독특한 성령 이해를 보여줍니다. 요한복음 4:23-24에서 예수는 하나님을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을 말씀하십니다. 여기에서 진리는 곧 예수이며(요 14:6,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따라서 참된 예배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높이는 것입니다(요 5:23, "이는 모든 사람으로 아버지를 공경하는 것 같이 아들을 공경하게 하려 하심이라"). 요한복음 3:34은 하나님께서 예수에게 "성령을 한량없이" 주셨고 그래서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말하신다고 말합니다. 니고데모와의 대화에서 예수는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요 3:5)고 말씀하시며 여기에서 물은 곧 성령을 가리킵니다(사 44:3; 겔 36:25).

요한복음 7:37-39에서도 물은 곧 성령이라는 것이 분명히 나타납니다. 예수는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그리고 그를 믿는 자는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고 말씀하시는데, 요한은 "이는 그를 믿는 자들이 받을 성령을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고 설명해줍니다. 사마리아 여인에게 하신 말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 4:14)에서 사실 물은 곧 성령을 가리키는 겁니다. 부활하신 예수는 제자들에게 "성령을 받으라"(요 20:22)고 명하십니다. 이 구절은 아마도 부활사건 직후에도 제자들은 여전히 성령을 받지 못한 상태였음을 보여주며(요 7:39), 그가 승천한 뒤에 성령이 주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말씀입니다.

요한복음에서 성령을 보혜사(parakletos)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독특한 현상입니다. 이 단어를 법정용어로 보고 "변호자"(advocate)로 이해하거나 혹은 "조력자"(helper), "권고자"(counselor)로 이해하고 있지만 아직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는 결론에 이른 것은 아닙니다. 요한복음 14:16에서 “그가 또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주사”하고 말씀하시므로 예수는 자신을 보혜사로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요한일서 2:1도 예수를 “대언자”라고 말합니다.

성령은 제자들과 함께 거하시며(요 14:17, “그는 너희와 함께 거하심이요 또 너희 속에 계시겠음이라”), 성령은 “진리의 영”이므로(요 14:17; 15:26; 16:13) 고난 가운데 견디게 하시고 진리에 대해 증언하게 하십니다. 성령은 우리에게 “평안”을 주시고(요 14:27), 영원히 우리 안에 거하십니다(요 14:16). 그 성령은 하나님이 주시지만 그리스도가 구할 때에 주십니다(요 14:16). 이런 말씀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보혜사는 곧 예수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 15:26에서 예수는 “내가 아버지께로부터 너희에게 보낼 보혜사”라고 성령을 묘사합니다. 여기서 성령의 근원은 하나님이시며 보혜사는 예수가 주시는 선물입니다. 예수가 그의 제자들을 떠난 뒤에 성령이 오셔서 예수의 가르침에 대해 그들을 깨우쳐주시고 가르치시며(요 16:13) “죄에 대하여, 의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세상을 책망하십니다(요 16:8). 그렇게 하므로 성령은 그리스도의 영광을 나타냅니다(요 16:14, “내 영광을 나타내리니”).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성령은 복음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습니다. 성령은 그리스도에게 먼저 임하시고 그를 통해 역사하셨으며, 후에는 제자들의 사역 속에서 나타나셨습니다. 복음의 확장에 주역이 되셨습니다. 또한 성령은 그리스도가 승천하신 뒤에 예수의 제자들에게 보내어져 그들 가운데 거하시며 진리를 깨닫게 하십니다.

김철홍 목사(서울교회 협동목사ㆍ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