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에 자신이 없는 저에게 성경암송대회에 참여해 보자는 권유를 받고 몇 번에 걸쳐서 사양을 하다가 마지못해 승낙하고 나니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혹시 외우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주석도 찾아 보고 못하는 영어 성경도 보고 하며 암송의 두려움을 달랬습니다. 다른 분들의 반도 안되는 분량의 구절들이지만 처음 며칠은 두꺼운 사전을 외우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 때문에 같이 하는 분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겹쳐 아침 저녁으로 시간 날 때마다 부지런히 읽고 또 읽으며 연습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암기를 잘하지 못하는 저를 하나님께서 불쌍히 보셨는지 너무 빨리 전 구절을 암기하게 하셨습니다.
저는 그 이후 오랫동안 연습을 중단하고 당연히 까먹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1차 중간 점검하는 날 당연히 잘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다른 분들이 보는 앞에서 암기하였던 구절들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낭패스럽게도 몇 구절 외우지 못하고 머릿속이 하얘지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안타깝게 힌트 단어를 불러주는 대표 집사님의 보람도 없이 입술은 닫히고 혀는 굳어졌습니다. 중간에 테스트를 그치게 하고 다시 열심히 하라는 꾸중 섞인 격려를 들었습니다.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처음으로 돌아가 첫 구절부터 외우기를 아침·저녁 반복해서 연습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아! 믿음도 성경 암송과 같구나! 하는 값진 교훈을 얻었습니다. 거기에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즐거움 또한 알게 되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자기의 먹이를 뺏기지 않으려고 발톱을 세우며 으르렁 거리는 젊은 사자의 자세가 하나님의 말씀을 대하는 저의 모습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채교천 안수집사 (1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