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구조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는 우리의 죄와 비참함에 대하여, 2부는 우리의 구속에 관하여, 3부는 우리의 감사함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3부에 걸쳐 전체 129개의 문답이 담겨 있는데, 129개의 문답은 크게 4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점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4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1부, 2부, 3부의 내용과는 별도로 또 다른 내용이 있다는 말인데, 그것은 제1부가 3문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주목하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제1부가 시작되기 전, 앞에 놓여있는 1문과 2문은 전제에 해당됩니다. 전제라고 하면 어떤 내용을 전개해 나가기 전에 그 전체 내용을 요약할 수 있는 내용인 동시에 토대가 되는 내용으로서, 이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어져서 나오는 내용들 또한 받아들일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전제란 반드시 해결하고 통과해야할 입국심사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사실을 믿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성경 전체에 기록된 말씀을 믿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1문과 2문은 전제, 3문부터 11문까지는 제1부 우리의 죄와 비참함에 대하여, 12문부터 85문까지는 우리의 구속에 관하여, 86문부터 129문까지는 우리의 감사함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129개의 문답을 1년에 걸쳐 다 배울 수 있도록 52개로 나누어 내용에 따라 한 주에 2-3개의 문답으로 구성해 놓았습니다. 전체 내용을 보면, 사도신경과, 10계명을 설명하는 것이 주된 내용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모든 내용을 전개해 나가기에 앞서 전제로 삼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29개의 문답을 성공적으로 배우려면 전제가 확인되고 수용되어야 하는데, 그 전제에 해당되는 1문과 2문을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제1문:살아서나 죽어서나 당신의 유일한 위로는 무엇입니까?
답: 살아서나 죽어서나 나는 나의 것이 아니요, 몸과 영혼도 나의 신실한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보혈로 나의 모든 죗값을 완전히 치르고 나를 마귀의 모든 권세에서 해방하셨습니다. 또한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의 뜻이 아니면 머리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나를 보호하시며, 참으로 모든 것이 합력하여 나의 구원을 이루도록 하십니다. 그러하므로 그의 성령으로 그분은 나에게 영생을 확신시켜 주시고, 이제부터는 마음을 다하여 즐거이 그리고 신속히 그를 위해 살도록 하십니다.
여러분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기도조차 할 수 없을 때 위로가 되었던 것은 무엇입니까? 그 위로란 여러분의 어려움에 공감을 표하거나 격려했던 '사람'이 누군가 하는 의미로 묻는 것이 아니라, 죽을 것 같이 힘든 상황에서도 안심하고 평안을 누리게 해주었던 것이 '무엇'이었는가의 의미로 묻는 것입니다. 달리 질문을 하면, 힘들 때 위로해 준 사람이 누구입니까?하는 질문이 아니라,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죽을 것과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마음에 평안을 얻을 수 있었던 깨달음이 무엇이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힘든 상황에서는 돈이 위안을 주는 것이 아니고, 건강이 위안을 주는 것이 아니며, 사람이 위안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의 약속, 하나님은 언제나 좋으시고 옳으신 분이라는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평안함, 곧 위안을 줍니다. 문제는 그 약속과 믿음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 약속과 믿음이 우리를 복된 인생으로 살아가가 만드는데, 그 약속과 믿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하나님을 믿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이 역시 일종의 전제에 해당되는 것으로 제2문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제2문:이러한 위로 가운데 복된 인생으로 살고 죽기 위해서 당신은 무엇을 알아야 합니까?
답: 다음의 세 부분을 알아야 합니다. 첫째, 나의 죄와 비참함이 얼마나 큰가, 둘째, 나의 모든 죄와 비참함으로부터 어떻게 구원을 받는가, 셋째, 그러한 구원을 주신 하나님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하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힘들지 않으면 위로와 위안도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굳이 위로와 위안 주시기 위해서 힘든 상황으로 몰아가시는 것은 아닌가 하며 하나님을 원망하며 불평할 때가 있지는 않습니까? 정말로, 모든 것이 만족한 가운데서 있다면 위로와 위안이 필요가 없을까요? 만약, 병 없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면 복된 인생을 살 수 있을까요? 병 없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고 하더라도 복된 인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조금 덜 건강해도 좋으니까 돈이 좀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돈이 없어서 너무 불편한 가운데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돈도 있고, 건강하다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까요? 그것도,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하나님만으로 채워질 수 있는 빈 공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빈 공간이 채워지지 않은 채 살아간다면 허한 느낌을 가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이 허한 느낌을 사람들은 쾌락으로 채우려고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아닌 다른 것들로 채우려고 하면 여전히 만족함이 없이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복된 인생으로 살고 죽기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세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그 세 가지는 나의 비참함이 얼마나 큰가를 알아야 하고, 어떻게 구원받는가를 알아야 하며, 구원받은 이후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하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인간이 비참함을 깨닫지 못한다면, 구원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게 되고, 그 필요성을 알지 못하면 만약 구원받았다고 하여도 감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우리 속담에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짐 내놓으라고 한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말합니다.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상황들이 있다 보니, 전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리-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어린이 또는 젊은이들이 기독교 교육을 통하여 신앙이 바르게 정립될 뿐만 아니라, 목사나 교수들이 체계적인 신앙교육을 위한 교재로 사용되도록 작성한 것입니다.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작성한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신앙교육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간결성과 아름다운 문장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는 전체 구조를 보아도 확인할 수 있는데, 제네바 교리문답이 373개의 문답으로 구성된 것과 비교할 때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은 그 절반도 되지 않는 129개로 되어 있습니다. 129개의 문답 내용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우리의 신앙의 내용을 점검하는 것도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