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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9
마침 그리고 시작



우리는 다시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식도 돈도 화려함도 아닙니다. 오직 말씀입니다. 그래야 이 땅에 내일이 있고 희망이 넘치게 됩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지난 날들을 돌아보고 남은 일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의 삶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에는 시작의 책인 창세기가 있고 종말을 말하는 요한계시록도 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감사한 것은 성경은 한 시대의 마침을 역사의 종결로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시대의 마침을 새로운 시작으로 설명합니다. 이 세상의 시간이 다하면 하나님 나라에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세상 하루가 짧아지면 천국 하루 가 길어진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마침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눈을 들어 멀리 내일의 희망을 지향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종 모세가 120세의 삶을 마감할 때가 다가왔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이 임박한 것을 직감한 모세는 자기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그의 생애는 거대했고 파란만장했습니다. 힘든 삶을 숨가쁘고 고단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루지 못한 삶의 과제가 남았음에도 자기 시대의 끝이 왔음을 알고 한 시대를 마감하고 한 시대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차분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1. 하나님의 뜻을 수용하다
 하나님의 종 모세는 80세에 새로운 부르심에 순종하여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가시 떨기 나무의 불타는 광경 속에 임재하신 하나님은 그를 부르셔서 애굽에서 신음하는 동족들을 구하라는 사명을 부여하셨고 출애굽의 역사를 이루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를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건넌 후 40년 광야 생활을 하며 타민족들의 저항과 방해, 내부적 갈등과 반역 등의 험난한 과정을 거쳐 40년을 지내왔습니다. 오로지 가나안 한 곳만 목표 삼고 치열한 전진 끝에 드디어 가나안을 목전에 둔 모압 산지까지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모세는 장대한 설교를 하게 되는데 그 내용이 신명기입니다. 그래서 신명기를 ‘Deutronomy 두 번째 율법’으로 부릅니다.
 “이제 내 나이 백이십세라 내가 더 이상 출입하지 못하겠고 여호와 께서도 내게 이르시기를 너는 이 요단을 건너지 못하리라 하셨느니라”(2절). 신명기를 마무리하면서 모세는 자기 인생의 종말이 왔음을 고백합니다. 120세 노인이 된 그는 스스로 더 이상 이 일을 감당할 능력이 없거니와 또 한 가지는 하나님께서 그에게 가나안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민 20장) 하나님은 그에게 가나안을 허락하시지 않으시고 그를 천국으로 부르십니다. 이런 하나님의 처분 앞에서 모세는 하나님의 뜻을 수용합니다. 이 일은 그 개인의 문제 만은 아닙니다. 광야 세대에서 가나안 세대로의 세대 교체이며 모세에서 여호수아로의 지도부 교체였고 한 시대의 교체였고 한 문명의 교체였습니다. 모세가 위대했지만 가나안 정복과 정착이라는 과제 앞에서는 적임자가 아닐 수 있었습니다. 또 광야 시대의 지도력 방식이 가나안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 앞에 모세는 인간적인 모든 아쉬움과 야망을 내려놓고 단호하게 하나님의 뜻을 따르게 됩니다. 모세는 하나님께 순종할 뿐입니다. 이것 이 믿음이며 하나님의 사람이 가진 삶의 자세입니다. 이런 모세의 순종을 통해서 이스라엘의 가나안행 여정은 더욱 새로운 지도력으로 준비되었고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2. 미래를 위한 준비와 신앙
 모세는 이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로 결심하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정돈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자신의 역할이 없고 자기는 가나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되었지만 마지막까지 자기 할 일은 백 성들에 대한 신앙적 격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시기는 모든 이스라엘 백 성들이 혼돈과 염려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40년 간의 광야 생활로 지쳐있었고 모세의 죽음이라는 지도부 공백의 어려움이 닥쳐올 수 있 었습니다. 요단 강도 건너야 하고 너무나 호전적인 민족들이 기득권을 형 성한 가나안을 점령하기 위한 전쟁도 준비해야 하는 엄청난 마지막 과제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러한 때에 모세는 성공적으로 남은 과제를 감당 하도록 신앙적 준비를 하도록 했습니다.
모세는 백성들에게 다음의 세 가지를 말합니다. 첫째는 하나님께서 우리보다 먼저 가셔서 준비해 주실 것이다.(3 절) 둘째는 가나안의 여러 민족들을 반드시 이기게 하실 것이다.(4-5절) 셋째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것이므로 강하고 담대하라. (6절) 결국 남아 있는 결정적 역사 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미래 문제는 신앙의 문제임을 모세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 11:1). 바라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은 모두 미래의 일들입니다. 미래적 환상을 현실화하는 것이 믿음이라는 논리 입니다.
 김형석 교수의 저서 ‘예수를 믿는다는 것’의 내용 중에 중세의 아우구 스티누스와 근대의 쇼펜하우어를 비교한 내용이 있습니다. 두 사람 다 대학자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고 큰 영향을 끼친 인물들인데 ‘아우구스티누스는 유신론자가 되었기 때문에 만민의 숭앙을 받는 성자가 되었고 무신론자였던 쇼펜하우어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염세주의 철학자가 되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신앙이 미래를 결정하고 자기 가치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 믿음이 없기 때문에 우리 삶이 꺼져가는 심지처럼 되었고 삶의 힘과 능력이 상실된 것입니다. 그래서 모세는 가나안에 들어가야 할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앙 준비를 위해 마지막 책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3. 다음 세대를 위한 축복
 모세가 한 세 번째 준비는 탁월한 후계자를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모세는 자신의 후계자가 된 여호수아를 불러 ‘강하고 담대하라’고 그를 격려하면서 이스라엘 백성을 거느리고 가나안을 차지하라고 그의 책임과 사명을 명백하게 부여했습니다. 이 일은 모세 자신에게 무겁고 힘든 일이면서도 영광스러운 사명이기도 했습니다. 아쉽고 슬픈 일이지만 그는 개인적 아쉬움에 상관하지 않고 후계자와 다음 세대를 축복하는 일에 전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나안에 들어가서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반역하는 일이 생길 것을 예측하면서 그때 해야 할 일과 기억해야 할 말씀을 노래로 제시했습니다. 모세는 마지막에 그와 함께 긴 세월을 함께 한 열두지파의 이름들을 열거하며 모두에게 축복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리하여 미래를 위한 비전을 품고 위대한 역사 건설을 위해 출발하도록 다음 세대를 격려하고 축복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좋은 마침입니까? 우리는 모세처럼 지난날의 미완에 대하여 아쉬워하거나 원망하지 말고 감사함으로 인정하고 수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은 다음 세대가 위대한 세대가 되도록 돕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모세는 지도자들에게 율법의 말씀 책을 전달했습니다.
 우리는 다시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식도 돈도 화려함도 아닙니다. 오직 말씀입니다. 그래야 이 땅에 내일이 있고 희망이 넘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