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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3
마다가스카르의 슈바이처 이재훈선교사
이재훈 의료선교사 부부

[아름다운 세상] 마다가스카르의 슈바이처 '이재훈선교사 부부' 사역 이야기


▲ 외과전문의 이재훈ㆍ임상심리사 박재연 선교사 부부.

헬리콥터 한대가 흙먼지를 날리며 빈 하늘로 향한다. 목적지는 마다가스카르의 남동부에 위치한 암발라파이수(Ambalapaiso). '복숭아 마을'이라는 의미의 암발라파이수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오지 중의 오지다. 가장 가까운 국도를 가는데만도 걸어서 4일, 여기서 운좋게 차를 잡아 타더라도 수도 타나까지는 4일이 더 걸린다.
 
이토록 먼, 땅끝 마을을 찾아간 사람은 누굴까. 헬리콥터에서 내리는 이들은 다름아닌 한국인 의료진. 외과전문의 이재훈선교사(본교단 파송 마다가스카르 선교사)가 이끄는 의료선교팀이 순회진료를 위해 암발라파이수를 찾은 것이다. 2백명이 채 안되는 마을 주민들에게 이재훈선교사의 의료팀은 긴 가뭄 끝 생수와도 같은 반가운 이들이다. 비단 암발라파이수 뿐 아니라 마다가스카르 전역에는 평생 의사를 구경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생채기를 치료하지 못해 결국은 목숨을 잃기도 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하고 있는 이재훈선교사는 마다가스카르에는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다. 무엇보다 육체의 병과 영적인 문제를 모두 무당에게 의존해 왔던 이들에게 복음과 함께 의술을 베풀고 있는 이재훈선교사는 마다가스카르의 변화를 이끄는 작은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별의별 동물들이 가득 등장하며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던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르'로 먼저 알려진 땅. 사실 세계지도를 펴 놓고도 한참을 찾아야 인도양 한 귀퉁이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큰 섬나라라는 걸 알수 있는 마다가스카르를 가슴에 품은 이재훈선교사. 그리고 임상심리사인 부인 박재연선교사와 자녀들은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이미 지난 2005년부터 낯선 땅에 터를 잡았다.
 

▲ 마다가스카르 전역에는 평생 의사를 구경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마을에서 진료후 마을주민들과 함께.

이후 2009년부터 본교단 소속이 됐고, 현재 서울교회(박노철목사 시무)의 후원을 받아 사역하고 있는 이재훈선교사와 박재연선교사 부부를 7월 말 세계선교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어릴 때 이미 선교사로 서원한 예비된 선교사였다. "중학교 1학년 때던가요. 아마 그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고, 의사가 되면 아프리카에서 사역하겠다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주인되신 하나님이 보내는 땅으로 가겠다'고 늘 기도했었죠. 의료선교사 훈련을 받으면서 마침 아프리카오지선교회가 마다가스카르에서 사역할 외과의사를 찾고 있길래 주저하지 않고 지원했습니다. 마다가스카르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죠."
 
하지만 사역이 녹록할 리 없었다. 울퉁불퉁한 길만 달리던 차는 수시로 고장나기 일쑤였고, 우리나라처럼 차량지원 서비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오지에서 차가 고장나면 폭염과 들짐승과 싸우며 긴 시간을 버텨야 하는 건 일상이었다. 의사소통도 큰 문제였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영향으로 불어를 쓰는 이들도 있고, 고유어인 말라가시어를 쓰는 이들도 있다보니 선교사들은 본의 아니게 2개 국어를 배워야 하는 형편에 놓였다.
 
물론 이같은 외부적인 요인들은 실제 사역 속에서 도사리고 있는 난관들과는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도로나 통신 등 사회기반시설이 매우 부족한 곳에서 사역하다보니 선교지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일이다. "6년 동안 한달에 한번은 약국도 없는, 말그대로 오지를 찾았습니다. 찾아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보니 사실 일년에 열군데 가는 게 쉽지 않지만 단 한번도 의료혜택을 받지 못한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볼수는 없는 일이죠. 다만 마다가스카르 전역에 이런 곳이 무려 2만여 곳이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생을 다 바쳐도 마다가스카르 심방을 다 할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뿐 아니다. 전통적으로 '치료는 무당에게, 약은 부적으로' 대신해 온 마다가스카르인들이 의료진을 무당으로 여겼고, 먹으라고 준 약을 부적 마냥 목에 걸고 배에 붙이고 다니기 일쑤였다. 치료하기도 바쁜 와중에 이들을 붙잡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 말을 마친 이재훈선교사와 박재연선교사 부부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물었더니 "곧 새 차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지난 해 연말 외교통상부가 제정한 제1회 이태석상을 수상한 이재훈선교사가 부상으로 이동진료차량을 받게된 것이다. "의료선교사로서 이보다 반가운 상이 없죠. 앞으로는 각종 진단과 수술장비, 마취장비를 갖추고 드넓은 대지를 누빌 예정입니다."
 
이재훈선교사는 두 가지 꿈이 있다. 하나는 현지인 의사들을 양성하는 일. 무당을 의사로 알고 살아온 이들의 생각과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신앙의 바탕 위에서 제대로 훈련받은 현지인 의사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게 이재훈선교사의 소신이다. 무엇보다 '멘토링'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이 선교사는 순회진료 때 마다가스카르의 의대를 졸업한 의사 후보생들에게 직접 진료를 보여주면서 선진 의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선교에 참여할 동료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사실 방한한 여러 이유 중에는 선교한국 대회에 강사로 참석해 '동료'를 모집하기 위해서였다. "제가 처음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했을 때 일이었습니다. 많은 부족에서 우리교단 소속으로 이 나라에서 사역했던 김정림선교사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미스 김은 잘 지내냐?'는 등의 질문을 많이 받았었죠. 그만큼 그 분이 사역을 잘 했다는 이야기고, 동시에 선교가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특별히 간호사들이 필요합니다. 의사가 헌신해도 좋구요. 복음의 열매에 관심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주저하지 말고 마다가스카르로 오십시오."
 
마다가스카르의 슈바이처 이재훈선교사. 하지만 당사자인 이 선교사는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보는 걸 무척 꺼려했다. 그저 의료선교사가 되고 싶어 의사가 됐고, 선교사로서 필요한 여러 훈련을 받았으며, 하나님이 보내신 선교지에서 열심히 사역하는 것이 전부인 한 사람의 선교사일 뿐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하는 '그 좋은 직업, 안정된 삶을 왜 버렸느냐'는 부러움 섞인 이야기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 선교사 뿐 아니라 박재연선교사와 케냐 나이로비의 선교사 자녀 학교인 리프트 벨리 아카데미에 있는 자녀들도 선교의 소중함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제 곧 마다가스카르로 돌아갑니다. 맡겨진 사역이 참 많죠. 변함없이 환자들을 돌볼 것이고,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지닌만큼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고, 복음을 심는 일도 감당할 것입니다. 그 일을 위해 많은 기도 부탁 드립니다. 더불어 세계 각지에서 사역하는 동료 선교사들의 사역을 위해서도 모국교회가 간절히 기도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늘 웃는 모습의 이재훈선교사의 미소 속에서 쉼없이 전해질 복음의 강력한 힘이 잔잔하게 느껴진다.

기사 원문 : http://www.pckworld.com/news/articleView.html?idxno=5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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