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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6
<순례자 364> 전문인과 아마추어의 차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선 영역자권이 지켜져야-

특별한 부분을 오로지 연구하며, 정통한 지식이나 기술을 가지고 전문가적 자질을 갖고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사람들은 전문인이라 한다. 반면에 취미와 호기심 뿐아니라 열정을 갖고 어떤 부분에서 종사하는 이를 아마추어라고 한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은 같은 일을 해도 그 결과는 완전히 다를 수가 있다. 전자는 신적 소명(Beruf)의식을 갖고 그 부르심에 확신을 갖고 일에 임하는가 하면, 후자도 자원하는 마음으로 임하는 자세를 가졌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 있으나, 대개는 어떤 방해물이 생기면 그것을 타파하고 전진하려는 연구나 노력보다는 주저앉거나 후퇴 또는 포기하는 경향이 많다.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다원화 사회에서 어느 분야만 전문인이 있고 여타의 부분은 아마추어만으로도 족하다 하지 않고 인간을 삼분법에 따라 영 ?혼 ?육으로 보고 영의 세계를 다루는 신학과 세상질서를 다루는 법학, 그리고 육을 세우는 의학분야에는 고대 사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문인이 필요하고 또 활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병하여 확산 전염될 때 우리나라 의료인들은 중국인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제안을 정부에 수차례 했으나, 결국 한국에 들어온 중국발 여행자들로부터 수많은 인명피해와 사회적 곤경을 수개월 동안 아직도 겪고 있다. 그나마 정은경 질병관리 위원장을 비롯한 의료진의 우수성과 헌신적 봉사로 최근 며칠 동안 해외 입국자 외에 국내 확진자가 0명으로 나타남으로 늦은 감이 있으나 정부는 의료인의 수고에 찬하하며 국민적 영웅으로 감사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 세계가 우한 코로나19로 공포와 모든 산업이 셧다운 가운데 처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사재기나 타국으로 피난가려는 행렬은 보이지 않고 일제때 왜병과 싸우려는 의병들이 일어났듯 전국 도처에서 코로나19와의 전쟁 승리를 위해 질병관리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쓰기, 손 소독하기 심지어 신앙인들이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교회예배까지 모이지 않고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국민적 희생과 이웃의 아픔에 동참하는 자세를 보임으로 세계인의 칭찬과 감사의 말을 도처에서 들으면서 국민적 긍지를 갖게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 정상이 아닌 지금의 대한민국을 구출한 정부라고 자화자찬하는 말을 책임있는 이가 세계를 향해 쏟아내고 있지 않은가? 코로나19가 대구에서 창궐할 때 대구 동산병원에 자원 봉사했던 간호사 김성덕(42세) 씨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간호사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지금 아니면 언제 남을 섬길 수 있겠느냐”며 대구에서 방호복을 입고 중환자실에서 2주간 근무한 후 고향 빈집에서 1주간 격리한 후 미열이 나기 시작했고 확진자로 판정을 받고 한창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집안에 갇혀 있다가 전북대 음압병동에 한 달이 넘도록 환자로 입원해 있지만, 이처럼 위대한 간호사들에게 당국자나 국민적 관심은 보이지 않고 코로나19 대책을 잘해서 종식단계에 이르렀다는 자기 칭찬으로 4.15총선에 대승을 거둔 소위 지도자들은 도대체 누구의 지도자란 말인가? 코로나19사태에 한국의 인재들이 선호하여 선발된 의대생들의 장기간 교육과, 수련을 거친 의료인들의 수준 높은 전문성과 검사, 치료, 집단키드 심지어 예방약 개발에 이르기까지 세계인의 눈에 돋보였을 뿐 아니라 이 분야의 잠재력을 잘 살려 나가면 국가적 성장 동력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개혁주의 신학윤리에서 영역자주권(Sphere Sovereignty)이 주장되고 있다. 의학의 영역에 신학이나 법학이 갑론을박할 수 없고, 그들의 영역에 자주권이 있음을 인정하고 지켜야 한다. 정부가 종교인이나 법률전문가가 해석하는 성경과 헌법을 정치적·외교적 차원에서 해석하고 시행할 삼권분립 국가는 없다. 그런 나라는 왕조국가나 독재국가라 할 것이다. 전문가인 의료인들의 이번 사태에서 희생하고 봉사한 사실은 이 나라 뿐 아니라 온 세계가 칭찬하고 자랑해야 할 것이다.


이종윤 목사
<한국기독교학술원장ㆍ몽골울란바타르대 명예총장ㆍ서울교회 원로>

한국장로신문